ERP는 오랫동안 기업의 핵심 시스템이었다.
회계, 구매, 판매, 재고, 생산, 원가, 자산, 인사 등 기업의 주요 업무를 하나의 체계 안에서 관리하면서 ERP는 기업의 대표적인 System of Record, 즉 기업 활동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AI 에이전트 시대가 시작되면서 ERP의 역할이 다시 바뀌고 있다.
이제 ERP는 단순히 사람이 입력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시스템을 넘어, AI가 기업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업무를 판단하며 실제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Gartner는 2026년 이러한 ERP의 진화를 ERX(Enterprise Resource Experien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AI 에이전트와 컴포저블 아키텍처, 개방형 프로토콜이 ERP를 보다 지능적이고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제시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ERP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1. ERP는 '기록하는 시스템'에서 '판단하고 실행하는 시스템'으로
전통적인 ERP의 기본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고 시스템에 데이터를 입력하면 ERP가 이를 저장하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후속 업무를 처리한다.
예를 들어 구매 업무를 생각해 보자.
- 현업 담당자가 구매 요청을 등록한다.
- 구매 담당자가 견적을 확인한다.
- 구매 발주를 생성한다.
- 입고가 발생한다.
- 세금계산서와 송장을 확인한다.
- 회계처리를 진행한다.
- 대금을 지급한다.
기존 ERP는 이 과정을 안정적으로 기록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연결되면 업무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AI가 재고 수준과 판매 전망, 공급업체 납기, 과거 구매가격 등을 분석하고 구매가 필요한 시점을 판단한 뒤 담당자에게 구매안을 제안하거나, 정해진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구매 프로세스의 일부를 직접 실행할 수 있다.
즉 ERP의 역할이 다음과 같이 변화하는 것이다.
기록 → 분석 → 판단 지원 → 실행 → 결과 학습
SAP 역시 2026년 Autonomous Enterprise 전략을 통해 AI 에이전트를 핵심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 거버넌스에 연결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 ERP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ERP의 역할이 바뀐다
AI가 확산되면서 한때 "ERP의 시대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AI가 실제 기업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거래 데이터와 업무 규칙, 승인체계, 조직정보, 기준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Deloitte 역시 AI 에이전트 시대의 ERP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ERP의 핵심을 유지하면서 그 위에 유연한 AI·에이전트 계층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결국 ERP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핵심 업무와 데이터를 보유한 System of Record이자 AI 실행의 기반으로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회계나 구매처럼 규정과 통제가 중요한 업무에서는 더욱 그렇다.
AI가 판단하더라도 최종 거래가 발생하는 곳은 결국 ERP와 핵심 업무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 ERP의 경쟁력은 '화면'보다 '프로세스'가 된다
과거 ERP 프로젝트에서는 사용자 화면과 기능이 중요한 경쟁요소였다.
사용자가 얼마나 편하게 조회할 수 있는지, 입력 화면이 얼마나 직관적인지, 메뉴가 얼마나 잘 구성되어 있는지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사람이 메뉴를 찾아가서 버튼을 클릭하는 대신 AI에게 자연어로 업무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담당자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이번 달 재고 부족 위험이 높은 원자재를 찾아서 구매 필요량을 계산해줘."
AI는 ERP와 다른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조회하고 분석한 뒤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화면의 개수가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가 얼마나 명확하고 표준화되어 있는가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ERP 운영 조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단순한 화면 개선이나 기능 추가보다 프로세스의 의미, 업무 규칙, 예외처리, 승인조건 등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4. AI가 ERP를 사용하려면 '업무 규칙'이 필요하다
사람은 기업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암묵적인 규칙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구매 담당자는 다음과 같은 판단을 할 수 있다.
- 이 공급업체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납기 안정성이 낮다.
- 현재 재고는 충분하지만 특정 생산계획 때문에 추가 구매가 필요하다.
- 이 거래는 일반 구매가 아니라 긴급 구매로 처리해야 한다.
-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추가 승인이 필요하다.
- 특정 품목은 단가보다 품질이나 공급 안정성을 우선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 기준이 문서화되어 있지 않다면 AI는 동일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AI 시대의 ERP 혁신은 단순히 AI 모델을 ERP에 연결하는 작업이 아니다.
사람이 알고 있던 업무 지식과 판단 기준을 시스템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는 작업이 함께 필요하다.
결국 AI ERP의 수준은 AI 모델의 성능뿐만 아니라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가 얼마나 잘 정의되어 있는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5. ERP와 AI 에이전트가 결합하면 업무 방식이 달라진다
AI 에이전트가 ERP와 연결되면 가장 큰 변화는 업무의 시작점이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ERP에 접속해서 업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가 업무의 이상징후나 이벤트를 먼저 발견하고 사람에게 알려주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 기존 방식 | AI 에이전트 방식 |
|---|---|
| 사람이 시스템에 접속 | AI가 이벤트를 감지 |
| 사용자가 데이터 조회 | AI가 필요한 데이터를 탐색 |
| 사람이 분석 | AI가 분석 및 원인 추론 |
| 사람이 조치 결정 | AI가 조치안 제안 |
| 사람이 시스템 입력 | 권한 범위 내 AI가 실행 |
| 사후 확인 | 결과와 이력을 자동 기록 |
이러한 구조가 확산되면 ERP는 더 이상 사람이 필요할 때 찾아가는 시스템만이 아니다.
기업의 업무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필요한 업무를 먼저 제안하고 실행하는 능동적인 업무 플랫폼으로 변화할 수 있다.
McKinsey도 AI가 ERP 위에서 단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의사결정과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6. 그렇다면 기존 SAP ECC와 S/4HANA는 어떻게 봐야 할까?
ERP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이 질문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할 수 있다.
"AI ERP가 나오고 있는데 기존 ERP를 모두 바꿔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현재 ERP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기준으로 AI를 어느 수준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Deloitte 역시 ERP를 전면 교체하기보다는 핵심 ERP를 유지하면서 API 기반의 모듈형 구조와 AI 에이전트 계층을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접근을 제시한다.
따라서 ERP 전략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필요가 있다.
- 기존 ERP 유지 : 안정적인 핵심 업무와 데이터 유지
- ERP 고도화 : 프로세스 및 데이터 품질 개선
- API·Integration 강화 : 외부 AI와 시스템 연결
- AI Assistant 도입 : 조회·분석·업무 지원
- AI Agent 도입 : 제한된 업무의 자동 실행
- Agentic ERP 확대 : 여러 업무를 연결한 자율 실행
즉 ERP 전환과 AI 전환을 별개의 프로젝트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기적인 기업 IT 아키텍처 전략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7. ERP 운영 조직의 역할도 달라진다
AI가 ERP 업무에 참여하면 ERP 운영자의 역할도 변화한다.
기존 ERP 운영은 장애 대응, 프로그램 변경, 배치 관리, 권한 관리, 인터페이스 관리, 사용자 문의 대응 등의 업무가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여기에 새로운 영역이 추가될 수 있다.
- AI 에이전트가 접근하는 ERP 데이터 관리
- AI 업무 권한 및 실행 범위 관리
- AI가 호출하는 API와 인터페이스 관리
- AI 판단에 사용되는 업무 규칙 관리
- AI 실행 결과 모니터링
- AI 업무 오류 및 예외처리 관리
- AI 관련 감사 및 이력 관리
- AI와 기존 ERP 프로세스 간 영향도 관리
결국 ERP 운영은 단순한 시스템 운영을 넘어 AI가 기업의 핵심 업무를 안전하게 실행하도록 관리하는 역할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ERP 운영 담당자에게 위기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8. ERP 프로젝트도 '구축'보다 'AI-ready'를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ERP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단순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ERP를 구축한다면 처음부터 AI가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 핵심 업무 데이터가 표준화되어 있는가?
- 업무 프로세스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가?
- 시스템 간 API 연계가 가능한가?
- 데이터의 출처와 책임자가 명확한가?
- AI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사용할 수 없는 데이터를 구분했는가?
- AI가 실행할 수 있는 업무와 사람이 승인해야 하는 업무를 구분했는가?
- 모든 AI 실행 이력을 감사할 수 있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ERP 프로젝트의 성공 기준도 조금씩 달라진다.
과거에는 프로젝트 오픈이 중요한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AI와 연결될 수 있는 업무 플랫폼을 만드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9. ERP를 바꾸는 것보다 먼저 업무를 바꿔야 한다
ERP와 AI의 결합을 이야기할 때 기술에만 집중하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다.
바로 업무 프로세스다.
AI가 업무를 자동화하려면 업무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 표준화되어 있어야 한다.
부서마다 업무 방식이 다르고 승인 기준이 다르며 담당자별로 처리 방법이 다르다면 AI가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결국 AI ERP를 준비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업무 표준화 → 데이터 표준화 → 시스템 연계 → AI 적용 → 업무 자동화
AI를 먼저 도입하고 나중에 업무를 정리하는 방식보다는, 어떤 업무를 AI에게 맡길 것인지 먼저 결정하고 그 업무를 중심으로 프로세스와 데이터를 정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10. 앞으로 ERP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기능이 있는가'가 아니다
ERP 시장은 오랫동안 기능 경쟁을 해왔다.
회계 기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생산관리 기능이 얼마나 다양한지, 구매 기능이 얼마나 세밀한지 등이 주요 평가 기준이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평가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 AI가 기업 데이터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가?
- AI가 업무 프로세스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가?
- AI가 실제 업무를 얼마나 안전하게 실행할 수 있는가?
- AI가 예외 상황을 얼마나 잘 처리할 수 있는가?
- AI의 판단과 실행을 얼마나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는가?
- 기업의 변화에 맞춰 업무 프로세스를 얼마나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가?
즉 ERP의 경쟁력은 기능의 양에서 데이터·프로세스·AI·거버넌스의 연결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Gartner가 이야기하는 ERP에서 ERX로의 진화가 의미하는 핵심적인 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이슈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이번 글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ERP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ERP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 ERP는 여전히 기업의 핵심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 AI 에이전트는 ERP 위에서 데이터를 이해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실행 계층이 될 수 있다.
- ERP의 경쟁력은 화면과 기능에서 데이터·프로세스·AI 연결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 ERP 운영자는 시스템 운영뿐 아니라 AI 권한·데이터·실행 결과까지 관리해야 할 수 있다.
- 기존 ERP를 무조건 교체하기보다 AI와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단계적으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 AI ERP의 성공을 위해서는 업무 표준화와 데이터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 ERP 프로젝트의 목표도 단순 구축에서 AI-ready 업무 플랫폼 구축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1편에서는 AI 에이전트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2편에서는 AI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번 3편에서는 그 데이터와 AI가 실제 기업 업무에서 움직이는 핵심 기반으로 ERP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살펴봤다.
결국 AI 시대의 기업 IT는 AI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AI + 데이터 + ERP + 업무 프로세스 + 거버넌스가 하나의 구조로 연결되어야 한다.
마무리
ERP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의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제 ERP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AI가 기업의 업무를 이해하고 판단하고 실행하기 시작하면서 ERP는 단순한 기록 시스템에서 지능형 실행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ERP 제품을 구매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데이터 구조, 시스템 아키텍처, IT 운영 방식, 조직의 역할까지 함께 변화해야 하는 문제다.
따라서 지금 ERP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우리 ERP를 언제 교체할 것인가?"라는 질문만 할 것이 아니라 다음 질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우리 ERP가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IT 경쟁력 차이는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ERP의 다음 시대는 ERP가 사람을 돕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과 AI가 ERP를 통해 함께 기업을 운영하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의 변화를 위해 페리(pperi)는 동참 할것입니다.
도움이 필요 하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pperi는 peri가 아닌점을 구독자님이 인지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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