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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IT 조직의 가장 큰 적은 ‘기술 부채’다

기업의 IT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몇 년에 걸쳐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고, 기존 시스템에 기능이 계속 붙고, 업무 변화에 따라 프로그램이 수정됩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빠르게 업무 요구사항을 반영했기 때문에 현업에서는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문제가 나타납니다.

개발한 사람은 퇴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계속 남아 있고, 오래된 인터페이스는 유지되고, 문서가 부족해지고, 시스템 간 연결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IT 조직은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스템은 건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담당자가 없으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수정하려면 영향도 분석부터 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면 기존 프로그램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업 IT 조직이 가지고 있는 기술 부채(Technical Debt)의 모습입니다.

 

기술 부채란 무엇인가?

기술 부채는 쉽게 말하면 당장의 편리함이나 일정 준수를 위해 미래에 갚아야 할 기술적 비용을 쌓아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일정이 촉박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원래는 프로그램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하지만 일정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기존 프로그램에 임시 코드를 추가합니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오픈합니다.

당장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존 코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정하기 어렵고, 수정하면 다른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작은 기능 하나를 추가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집니다.

이것이 기술 부채입니다.

기술 부채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비용이 미래로 연기된 것입니다.

 

기술 부채는 왜 계속 쌓이는가?

기술 부채가 무서운 이유는 한 번에 크게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아주 작은 의사결정에서 시작합니다.

  • 일정이 부족하니 일단 개발한다.
  • 문서화는 나중에 한다.
  • 테스트는 핵심 기능만 한다.
  • 이번에는 예외 처리로 해결한다.
  • 기존 프로그램을 조금만 수정한다.
  •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지만 삭제하지 않는다.
  • 인터페이스 구조가 복잡하지만 일단 유지한다.

하나하나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1년, 3년, 5년 동안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국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아무도 쉽게 변경할 수 없는 시스템이 됩니다.

기업 IT에서 가장 위험한 시스템은 반드시 장애가 많은 시스템이 아닙니다.

장애는 거의 없지만 변경하기 어려운 시스템도 매우 위험합니다.

 

오래된 시스템과 기술 부채는 같은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레거시 시스템과 기술 부채를 같은 의미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다릅니다.

오래된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기술 부채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시스템이라도 구조가 안정적이고, 문서가 잘 관리되어 있으며, 담당자가 명확하고, 변경 영향도를 예측할 수 있다면 충분히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신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구조가 복잡하고, 문서가 없으며, 개발 규칙이 없고, 특정 개발자에게 의존한다면 기술 부채가 높은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된 시스템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관리 가능한 시스템인가?” 입니다.

 

기업에서 기술 부채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영역

기술 부채는 프로그램 코드에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기업 IT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영역 기술 부채의 사례
애플리케이션 복잡한 소스코드, 중복 기능, 불필요한 커스터마이징
데이터 중복 데이터, 잘못된 코드체계, 데이터 품질 저하
인터페이스 복잡한 Point-to-Point 연결, 문서화 부족
인프라 지원 종료 장비, 오래된 OS, 노후 서버
보안 오래된 인증 방식, 패치가 어려운 시스템
문서 설계서, 운영 매뉴얼, 장애 이력 부족
조직 특정 담당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
프로세스 수작업, 엑셀 중심 업무, 불필요한 승인절차

즉 기술 부채는 개발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IT 조직 전체가 함께 관리해야 하는 경영 리스크입니다.

 

가장 위험한 기술 부채는 ‘사람’에 쌓이는 것이다

기업 IT에서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특정 담당자에게 지식이 집중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ERP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한 사람이 관리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프로그램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그 사람이고, 장애 원인을 가장 빨리 찾는 사람도 그 사람이며, 변경 영향도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도 그 사람입니다.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담당자가 이동하거나 퇴사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집니다.

시스템은 남아 있지만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기술 부채입니다.

그래서 기업 IT에서는 소스코드뿐만 아니라 업무지식과 시스템 지식의 관리도 중요합니다.

 

기술 부채는 결국 IT 비용을 증가시킨다

기술 부채가 쌓이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변경 비용의 증가입니다.

예전에는 하루면 수정할 수 있었던 기능이 이제는 영향도 분석에 며칠이 걸립니다.

간단한 변경인데도 여러 시스템을 확인해야 하고, 테스트 범위도 넓어집니다.

결국 기업은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비용보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에 더 많은 돈을 쓰게 됩니다.

특히 외부 유지보수 업체에 의존하는 기업이라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운영업체가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인력도 증가합니다.

결국 기술 부채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어집니다.

기술 부채 증가 → 유지보수 복잡성 증가 → 운영비 증가 → 변경 속도 저하 → 프로젝트 비용 증가

그리고 어느 순간 기업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됩니다.

 

기술 부채가 신규 프로젝트를 방해한다

기업이 새로운 디지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기존 시스템과 연결해야 할 때 발생합니다.

ERP와 연결해야 하고, 기존 포털과 연결해야 하고, 생산시스템과 연결해야 하며, 기존 데이터도 가져와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시스템의 인터페이스 구조가 복잡하다면 신규 프로젝트의 개발 범위도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결국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과거 시스템의 기술 부채를 함께 떠안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IT 조직은 혁신 프로젝트보다 기존 시스템을 연결하고 수정하는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됩니다.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도 변화 속도가 느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술 부채를 모두 없애야 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술 부채 자체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프로젝트에서 일정과 비용,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고려하면 어떤 기술적 타협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 부채를 부채로 인식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임시로 개발한다”라고 결정했다면 그 순간부터 해당 기능은 기술 부채 목록에 등록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을 기록해야 합니다.

  • 왜 임시 방식을 선택했는가?
  •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가?
  • 언제 정리할 것인가?
  • 정리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필요한가?
  • 정리하지 않을 경우 어떤 리스크가 있는가?

이렇게 관리한다면 기술 부채는 통제 가능한 부채가 됩니다.

문제는 부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채의 규모와 상환 시점을 모르는 것입니다.

 

기업은 기술 부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기술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1. 시스템 목록을 정리한다

현재 운영 중인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 인터페이스, 인프라를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2. 시스템별 중요도를 평가한다

매출, 생산, 회계, 인사 등 핵심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시스템 중요도를 평가해야 합니다.

3. 기술 상태를 평가한다

사용 기술, 지원 종료 여부, 소스코드 구조, 데이터베이스, 인터페이스, 성능, 장애 이력 등을 점검해야 합니다.

4. 담당자 의존도를 확인한다

특정 담당자나 특정 협력사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 시스템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5. 기술 부채를 등급화한다

모든 시스템을 한 번에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긴급도와 비즈니스 영향도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합니다.

6. 개선 계획을 장기 IT 로드맵에 반영한다

기술 부채 개선을 별도의 업무로만 보지 말고 ERP 고도화, 시스템 통합, 클라우드 전환,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등 중장기 IT 계획과 연결해야 합니다.

 

모든 시스템을 최신 기술로 바꿀 필요는 없다

기술 부채를 관리한다고 해서 모든 시스템을 최신 기술로 교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무조건적인 교체는 또 다른 비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비즈니스 가치와 기술 리스크를 함께 평가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가치 기술 상태 권장 방향
높음 나쁨 우선 현대화
높음 좋음 지속 개선
낮음 나쁨 폐기 또는 통합 검토
낮음 좋음 최소 운영

이런 관점으로 보면 오래된 시스템이라고 무조건 교체할 필요도 없고, 최신 기술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기업에 필요한 것은 기술의 최신성이 아니라 기술과 비즈니스의 적합성입니다.

 

기술 부채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조금씩 갚는 것’이다

기술 부채가 수년 동안 쌓인 기업이 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규모 시스템 교체는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방법은 운영과 개선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규 기능을 개발하면서 기존 중복 코드를 함께 정리하거나, 인터페이스를 변경할 때 오래된 연결 구조를 개선하거나, ERP 고도화 과정에서 불필요한 커스터마이징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작은 개선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기술 부채가 더 이상 빠르게 증가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 번에 모두 해결한다”가 아니라 “더 이상 쌓이지 않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기업 IT 조직도 기술 부채를 관리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술 부채는 개발팀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IT 기획, IT 운영, 개발, 인프라, 데이터, 현업 모두가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IT 조직에서는 기술 부채를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 시스템별 기술 부채 목록 관리
  • 레거시 시스템 정기 평가
  • 지원 종료 기술 관리
  • 애플리케이션 복잡도 관리
  • 인터페이스 표준화
  • 문서화 수준 관리
  • 핵심 시스템 담당자 이중화
  • 기술 부채 개선 예산 확보
  • 중장기 시스템 현대화 로드맵 관리

특히 경영진에게 기술 부채를 설명할 때는 “소스코드가 오래됐다”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대신 “현재 구조 때문에 신규 프로젝트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정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변경에 따른 장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3년간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처럼 비즈니스 언어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번 이슈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기업의 IT 조직은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새로운 ERP를 구축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합니다.

하지만 IT 조직의 성숙도를 결정하는 것은 새로운 시스템을 얼마나 많이 구축했는지가 아닙니다.

기존 시스템을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는가?

이 질문도 매우 중요합니다.

기술 부채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작은 예외, 작은 임시 개발, 작은 문서 누락, 작은 데이터 오류, 작은 담당자 의존이 오랜 시간 누적되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기업은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IT 예산을 사용하고 있구나.”

기술 부채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의 IT 경쟁력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속도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술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하는가에서도 결정됩니다.

 

마무리

모든 기업에는 기술 부채가 존재합니다.

기술 부채가 전혀 없는 기업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부채의 존재를 인정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기업 IT에서는 다음 네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기술 부채는 미래의 비용이다.

둘째, 오래된 시스템이 반드시 나쁜 시스템은 아니다.

셋째, 기술 부채는 코드뿐만 아니라 데이터와 문서, 인터페이스, 사람에게도 존재한다.

넷째, 모든 기술 부채를 한 번에 없애기보다 우선순위를 정해 지속적으로 줄여야 한다.

결국 IT 조직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이 앞으로도 변화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오늘 당장 문제가 없는 시스템이라고 해서 건강한 시스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변경할 수 있고, 확장할 수 있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운영할 수 있고, 새로운 시스템과 연결할 수 있다면 그 시스템은 건강한 시스템입니다.

반대로 작은 변경 하나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특정 사람에게 의존하며, 과거의 구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계속 지연된다면 기업은 기술 부채를 진지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결국 좋은 IT 조직은 기술 부채가 없는 조직이 아니라 기술 부채를 발견하고, 측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꾸준히 갚아나가는 조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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