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오랫동안 데이터를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ERP, CRM, MES, SCM, 인사 시스템, 재무 시스템 등 다양한 업무 시스템에서 데이터가 생성되고, 이를 기반으로 경영 현황을 분석하거나 업무 의사결정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항목을 시스템마다 다른 이름으로 관리하거나, 데이터의 정의와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거나, 자료를 확보하고도 어떤 기준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다만 데이터 거버넌스의 역할을 접근 권한 통제와 규정 준수에만 한정하면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충분히 높이기 어렵습니다.
생성형 AI와 데이터 기반 업무 자동화가 확대되는 지금, 기업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필요한 사람이 올바른 데이터를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데이터 거버넌스가 통제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1. 데이터 거버넌스는 왜 규정과 권한 관리만으로 부족한가
전통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는 주로 데이터 접근 권한, 개인정보 보호, 보존 기간, 외부 반출 통제, 감사 대응 등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이는 기업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그러나 통제가 잘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데이터 활용 수준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가 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권한이 있어도 업무를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 데이터가 어느 시스템에 존재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 동일한 업무 용어가 부서나 시스템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 데이터 오류가 발견되어도 수정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 보고서마다 집계 기준이 달라 동일한 경영지표의 값이 달라집니다.
-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품질과 최신성을 판단할 기준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데이터가 존재해도 실질적인 활용까지 이어지지 않습니다. 현업은 별도의 엑셀 파일을 만들고, IT 조직은 반복적인 데이터 추출 요청을 처리하며, 경영진은 서로 다른 수치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따라서 데이터 거버넌스는 데이터를 통제하는 규칙뿐 아니라 데이터의 의미, 품질, 책임자, 사용 목적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2. AI 시대에는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는 기업 데이터의 활용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보고서를 찾고 데이터를 직접 비교했다면, 이제는 AI가 여러 문서를 검색하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여러 시스템의 정보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데이터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과 올바른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 내부의 매출 자료를 AI가 분석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시스템별 매출 정의가 다르거나, 취소된 거래가 집계에서 제외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AI는 잘못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럴듯한 분석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래된 문서와 최신 규정이 함께 검색되거나, 서로 다른 버전의 업무 절차서가 혼재되어 있다면 결과의 신뢰성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AI를 기업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반이 필요합니다.
- 정의된 데이터: 주요 업무 용어와 지표의 의미가 일관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 관리되는 품질: 정확성, 완전성, 최신성 등 품질 기준과 개선 절차가 필요합니다.
- 명확한 출처: 데이터가 어느 시스템과 문서에서 생성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 통제된 접근: AI도 사용자에게 허용된 범위 안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 추적 가능한 결과: 분석 결과의 근거와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AI의 활용 수준은 모델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구조와 품질,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운영 체계가 AI 활용의 실질적인 범위를 결정합니다.
3. 데이터 오너십은 왜 명확해야 하는가
데이터 거버넌스를 운영하면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데이터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것입니다. IT 부서는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데이터의 업무적 의미와 활용 기준까지 모두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정보의 업무적 정의는 영업 조직이 이해하고 있을 수 있고, 회계 데이터의 의미와 마감 기준은 재무 조직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생산 실적 데이터의 업무 기준은 제조 현장과 생산관리 조직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데이터 거버넌스에서는 데이터 오너(Data Owner), 데이터 스튜어드(Data Steward), IT 운영 담당자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데이터 오너: 데이터의 업무적 정의, 활용 기준, 품질 목표와 주요 의사결정에 책임을 집니다.
- 데이터 스튜어드: 정의와 규칙을 구체화하고 품질 문제를 확인하며 개선 활동을 조정합니다.
- IT 운영 조직: 데이터 저장, 연계, 접근 권한, 기술적 품질 관리 및 시스템 운영을 담당합니다.
- 정보보호 조직: 개인정보, 기밀 정보, 접근 통제와 관련된 정책 및 위험 관리를 지원합니다.
이러한 역할은 반드시 별도의 전담 조직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조직 규모에 따라 기존 업무 담당자가 역할을 겸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업무적 정의와 품질 문제를 누가 결정하고 해결할지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데이터 오류가 발견됐을 때 IT 조직이 무조건 수정하는 구조라면 업무 기준을 잘못 해석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현업이 데이터의 의미를 결정하더라도 시스템 변경과 연계 영향은 IT 조직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데이터 오너십은 책임을 특정 부서에 떠넘기는 제도가 아니라, 업무와 기술이 협력해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책임 구조입니다.
4. 데이터 카탈로그와 메타데이터는 활용의 출발점이다
기업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데이터가 어디에 있고, 어떤 의미를 가지며, 누가 관리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이 메타데이터와 데이터 카탈로그입니다.
메타데이터는 데이터 자체를 설명하는 정보입니다. 데이터의 이름, 정의, 생성 시스템, 담당자, 갱신 주기, 품질 기준, 접근 권한 등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카탈로그는 이러한 정보를 사용자가 검색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목록 또는 탐색 환경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매출액'이라는 항목을 조회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시스템마다 매출액의 기준이 다르다면 단순히 항목 이름만 검색해서는 올바른 데이터를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데이터 카탈로그에 다음 정보가 함께 관리된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 업무 용어와 공식 정의
- 데이터가 생성되는 원천 시스템
- 계산 기준과 포함·제외 조건
- 데이터 갱신 시점과 품질 수준
- 업무 책임자와 기술 담당자
- 사용 가능한 목적과 접근 권한
이러한 정보가 정리되면 현업은 데이터의 의미를 확인하고 필요한 자료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IT 조직도 반복적인 데이터 위치 문의와 정의 확인 요청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 카탈로그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거버넌스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 정의가 변경될 때 업데이트하고,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자가 조치하며, 실제 활용 과정에서 기준이 지켜지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5. ERP와 레거시 시스템도 데이터 거버넌스의 대상이다
데이터 거버넌스를 논의할 때 최신 데이터 플랫폼이나 AI 시스템만 고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중요한 업무 데이터는 여전히 ERP, MES, 그룹웨어, 인사 시스템, 회계 시스템 등 기존 업무 시스템에서 생성되고 관리됩니다.
이러한 시스템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업무 규칙과 조직의 운영 기준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더라도 원천 시스템의 정의와 품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 기업에서는 자재 코드, 거래처 코드, 제품 코드, 사업장 코드가 여러 시스템에 분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동일한 자재가 시스템마다 다른 코드로 등록되어 있거나, 코드 변경 이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구매·생산·재고 데이터의 통합에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시스템별 데이터를 단순히 복사하거나 통합하는 것보다 공통 기준을 정하고 데이터 간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 기준정보 관리: 자재, 거래처, 제품, 조직 등 주요 데이터의 생성·변경 기준을 정합니다.
- 공통 용어 관리: 시스템별 업무 용어와 데이터 정의를 비교하고 공통 기준을 수립합니다.
- 연계 규칙 관리: 시스템 간 데이터 전달 방식과 변환 규칙을 문서화합니다.
- 변경 영향 분석: 코드나 데이터 구조 변경이 다른 시스템과 보고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합니다.
- 품질 개선 절차: 중복, 누락, 불일치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확인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수행합니다.
특히 ERP와 같은 핵심 업무 시스템에서는 데이터의 정의와 변경 이력이 회계, 구매, 생산, 자산 관리 등 여러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데이터 거버넌스는 분석 플랫폼 구축과 별개로 기존 업무 시스템의 운영 및 개선 체계에도 반영되어야 합니다.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출발점은 새로운 기술을 추가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떻게 관리되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6. 활용 중심 데이터 거버넌스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데이터 거버넌스를 전사적으로 한 번에 정비하려고 하면 범위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 자산을 모두 조사하고 모든 품질 문제를 해결한 후 활용을 시작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보다 실용적인 방법은 실제 업무 수요가 높은 데이터부터 선정해 단계적으로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입니다.
첫 번째, 우선순위가 높은 데이터 영역을 선정합니다.
경영 보고, 재무 마감, 생산 실적, 재고 현황, 고객 분석 등 데이터 활용 효과가 크거나 오류 발생 시 영향이 큰 업무를 우선 대상으로 선정합니다.
두 번째, 핵심 데이터의 정의와 책임자를 지정합니다.
주요 데이터 항목에 대해 공식 정의, 원천 시스템, 담당자, 갱신 주기, 품질 기준을 정리합니다. 모든 데이터보다 핵심 데이터부터 명확하게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세 번째, 데이터 품질 기준과 문제 해결 절차를 수립합니다.
정확성, 완전성, 일관성, 최신성 등 필요한 품질 기준을 정의하고, 문제가 발견됐을 때 누가 원인을 분석하고 수정할지 절차를 마련합니다.
네 번째, 실제 업무 활용 과정에 적용합니다.
보고서, 데이터 분석, AI 검색, 업무 자동화 등 구체적인 활용 사례에 정의된 데이터와 품질 기준을 적용합니다. 이를 통해 거버넌스가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합니다.
다섯 번째, 운영 지표를 통해 개선 효과를 확인합니다.
데이터 오류 건수, 문제 해결 시간, 반복적인 자료 요청 건수, 데이터 검색 소요 시간, 주요 데이터의 품질 수준 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현업 만족도와 AI 결과의 정확도도 함께 검토합니다.
이처럼 데이터 거버넌스는 규정과 문서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데이터를 생성하고 관리하고 활용하는 일상적인 업무 절차에 정착시켜야 하는 운영 체계입니다.
이번 이슈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데이터 거버넌스의 성숙도는 얼마나 많은 규정을 만들었는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목록화했는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필요한 데이터를 찾을 수 있는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지,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지, 안전하게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 통제와 활용의 균형: 데이터 보호 정책을 유지하면서 승인된 사용자가 필요한 데이터를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기술과 업무의 공동 책임: 데이터의 업무적 정의는 현업이 주도하고, 기술적 관리와 시스템 연계는 IT 조직이 협력해야 합니다.
- AI 경쟁력의 기반: AI의 활용 범위를 넓히려면 데이터의 출처, 의미, 품질, 접근 권한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 기존 시스템의 중요성: ERP와 레거시 시스템에 축적된 업무 데이터와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새로운 데이터 플랫폼도 충분한 가치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 작게 시작하는 운영 전략: 전사 데이터를 한 번에 정비하기보다 업무 효과가 큰 데이터 영역부터 시작하고, 결과를 확인하면서 확대해야 합니다.
기업 IT 조직은 데이터 거버넌스를 별도의 규정 준수 업무로만 취급하기보다 시스템 운영, 데이터 연계, 정보보호, AI 도입과 연결된 공통 운영 체계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 오류가 반복되거나 부서마다 보고서의 수치가 다르다면, 단순한 시스템 오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데이터 정의와 책임 구조, 품질 관리 절차가 적절하게 마련되어 있는지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데이터 거버넌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필요한 업무에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마무리
데이터는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지만,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경쟁력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데이터의 의미가 명확하고 품질이 관리되며 책임자가 지정되어 있고, 필요한 업무에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가치가 발생합니다.
생성형 AI와 데이터 기반 자동화가 확산될수록 데이터 거버넌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AI 모델을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데이터의 정의, 출처, 품질, 권한을 관리하는 체계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데이터 거버넌스는 통제와 규정 준수를 기반으로 하되, 현업의 데이터 활용과 업무 성과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것이 데이터를 단순한 시스템의 산출물이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과 혁신을 뒷받침하는 자산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변화를 위해 페리(pp eri)는 동참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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